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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농산물 유통의 심장, 가락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청년농 도매유통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

지난 3월 29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가락동 aT센터에서 <제 1차 청년농 도매유통역량 강화를 위한 세미나> 라는 주제로 전국의 우수한 청년농 40여 농가를 모아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저는 이천에서 토마토 재배를 계획중이신 청년창업농 사장님과 함께 본 세미나를 다녀왔습니다.

행사에는 이재희 중앙청과 이사님, 이은영 한국4-H본부 사무부총장님, 나상수 농촌진흥청 과장님, 그리고 권승구 동국대학교 교수님이 자리해주셨습니다.

특히, 이재희 중앙청과 이사님의 1시간 가량 강연으로 세미나가 시작되었는데요, 이사님은 가락시장에서만 만 30년을 몸담으신 베테랑이셨습니다. 가락시장의 의의와 현황 그리고 가락시장에서 가격을 잘 받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정말 세세한 부분들까지 짚어가며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함께 농업 현장과 판로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고, 이어서 가락시장 경매사 분의 설명을 들으며 가락시장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락시장의 순기능

가락시장은 농산물 시세 폭등락 때마다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아왔습니다. 물론, 가락시장의 ‘경매’에서 기인하는 문제점들이 적지 않습니다. 수십여명의 중도매인이 2-3초 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빠르게 가격을 정하는 만큼, 그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처럼 ‘경매’를 주된 방식으로 운영되는 도매시장은 세계적으로도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듭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가격 안정성을 위해 ‘정가수의매매’ 와 같은 방법을 택합니다.

하지만, 가락시장은 전국의 수많은 소농들의 ‘통합마케팅조직’이 되어준다고 이사님은 강조하십니다. 소농이 대부분인 국내의 특성상 농가 쪽 협상력이 열악할 수 밖에 없는데, 이들의 농산물을 모아 규모화함으로써 1:1로는 연결되기 어려웠던 수많은 우수 판로들을 연결해준다는 것이지요. 동시에 개별농가들이 직접 구매업체를 찾아 영업해야 할 필요 또한 없어집니다. 이는 분명 가락시장의 큰 순기능입니다. 또한, ‘수탁거부 금지’ 원칙에 따라 가격 하방이 형성된다는 점 또한 장점 중 하나입니다.

더불어 가락시장만이 정답이 아니다라는 것을 강조하십니다. 필요에 따라, 상황에 따라 직거래, 로컬유통 등 다른 판로가 훨씬 좋은 조건을 제시해줄 수 있습니다. 특히, 기성품목이 아닌 신품종 혹은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은 가락시장에서 소화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꼭 다른 판로를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참외 혹은 사과 등 특정 농산물은 주산지 공판장이 더 주류가 되기도 합니다.

가락시장에서 최고가 받는 법?

가락시장에서 최고가를 받는 지름길이 있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시장에는 이미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을 버텨오며 농산물을 생산해내고 계신 고수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좀 더 길게 보고 신뢰를 쌓아가야 함을 강조하십니다. 역시나 정도를 걷는 것이 답입니다.

첫째는, 가락시장에서 정의하는 포장, 품질 표준에 맞춰서 정직하게 상품을 내보내는 것입니다. 하품을 상품아래에 가려 섞어서 출하하거나(’속박다’라고 합니다), 포장을 엉성하게 하거나(’심속이 약하다’라고 합니다) 할 경우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중도매인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고, 좋은 가격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다만, 지역 도매시장별로 포장, 품질 표준이 상이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별 최적화가 필요합니다.

둘째는,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구하는 겁니다. 가끔씩 경매에 와서 최고가를 받는 곳들은 어떻게 하나 세심히 살피며 배우고, 또 경매사 분에게 본인 상품에 대한 피드백을 구하며 무엇이 잘 되고 있고 무엇이 잘 못 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십니다.

셋째는, 농사를 잘 지어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만드는 겁니다. 말은 간단하지만, 참 어렵고도 중요한 일입니다.

이렇게 기본을 지키며 시장과 관계를 쌓아간다면, 생각보다 가까운 시일 내에 분명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좋은 값 받기까지 3-5년 걸린다는 건 잘못된 소문" 이라는 말도 하셨습니다.

가락시장 시세의 패턴

가락시장의 시세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주말 가락시장의 시세가 통상 높은 편입니다. 한편, 한창 주중인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소비 또한 주춤한 편이기에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편입니다.

더불어 중도매인들은 현재 재고와 당일 예상 발주량을 고려해서 그날 새벽 경매에서 어떤 상품을 얼마만큼 받아와야 할지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가락시장은 일요일 경매가 없죠. 해서 월요일에는 통상 중도매인들의 재고가 부족하기 마련이고, 월요일의 시세 또한 높게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덧. 이런 패턴과 가락시장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한 달에 2번 수요일 휴무를 추진중이라고도 합니다. 일본의 도매시장도 매주 수, 일요일이 휴무라고 하네요.)

마무리

가락시장은 명실상부 현 국내 농산물 유통의 심장입니다. 가락시장 낙찰가는 각종 농산물 거래에서 가격의 기준점이 됩니다.

꼭 가락시장이 정답은 아니지만, 가락시장을 제대로 이해해야 농산물 판매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논의의 본질은 "농가가 어떻게하면 더 큰 협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입니다. 이상적으로는, 여러 농가가 함께 협동해서 규모화를 하고 직접 쿠팡, 이마트와 같은 우수 판로와 직계약을 하는 것일 겁니다. 특히 소농이 태반인 국내의 특성상 이는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저희 파머스커넥트에서도 이를 위한 기능을 지원하고 있고, 계속 고도화 중입니다.

‘파트너 모집 공고’ 를 통해 마음이 맞는 농가가 실수요를 기반으로 함께 팀을 이룰 수 있으며,

‘플랫폼 검색/필터링’ 기능을 통해 다양한 유통업체의 담당자와 직접 연락을 취해볼 수 있습니다.

또, 가장 기본적으로는, 농가가 본인의 프로필을 잘 구축해둠으로써, 어디선가 이를 보게될 도매시장 중도매인 분들에게 보다 빠르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우리 농가의 농산물이 보다 효율적으로, 보다 안정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하며 서비스를 개발해가고 있습니다. 잘 지켜봐주세요 🚀